나의 서재/통섭:지식의 재구성

몇 권의 책을 읽고-단순함의 법칙 외

3.0CEO 2007. 4. 1. 12:23

올해는 자신의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책을 읽는 데 충실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교적 책을 고르는 능력도 부족했고 운도 따르지 못했다.

 

기독교 또는 성경적 부와 세상의 성공을 생각해 보기 위해 잠언서로 배우는 부자학이라고 할 수 있는 「솔로몬 부자학 31장」으로 올해를 시작했다. 저자 스티븐 스캇은 마케팅 전문가로 광고기획으로 돈을 번 사람이지만, 결국은 강연으로 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이책을 읽기에는 무난한 책이었다.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한번 잠언의 내용을 생각해 보게한다. 허긴 모든 진리는 평범한 이야기 속에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인간관계, 맥을 잡아라도 읽었지만, 신변잡기에 가까운 책이라 주변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겠지만 글쎄... 아마도 본인의 말처럼 자신의 인맥관리를 위해 쓰여진 책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만이 그 의도를 알수 있겠지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명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자학의 시발점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가 후에 출간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2」를 집어 들었지만 정말 시간을 왕창 소비한 느낌을 가졌을 뿐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부동산 황제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들의 많은 광고에도 불구하고 안 읽어주기로 했다. 그냥 서점에서 몇 페이지 훌어 보면 그만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10가지 재정적 위기 중 하나가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양극화이다. 혹시 그들이 그 양극화의 한 요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들은 부자이면서 계속해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스티브 리브킨(Steve Rivkin)  잭 트라우트(Jack Trout)  『단순함의 원리-The Power of Simplicity, 2000 』에서 말하고 있는 매일 한 명의 어리석은 사람이 태어나고 두 사람이 그것들을 판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마도 내게는 매일 두 사람의 부자가 많은 가난한 사람의 돈을 노리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합리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것이 매우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책에 가치있는 말들이 있다면 누군가 이미 한 이야기일테고 아니면 누군가 나서서 그들의 말을 인용할 것이다.

 

몇일 전에는 나의 주요 관심사의 하나인 단순함의 지적 호기심을 건드리는 책을 사들었다. MIT의 존 마에다 교수의 「단순함의 법칙, The Laws of Simplicity」라는 책이다. 서점에서 서문을 읽고 오랜만에 좋은 책을 골랐다는 설레임과 흥분을 맛 보았다. 그러나, 이 역시 반을 읽기도 전에 마지막 까지 읽어내야 한다는(내용이 들어간 페이지만으로는 딱 100페이지) 지루함을 참아내야 했다.

 

만약 디자인이 전공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런 관점에서 읽어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마에다 교수는 디자인과 기술, 비즈니스, 그리고 인생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함의 10가지 법칙들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그러나 법칙 4를 넘어가면 이미 법칙이 아니다. 이런 법칙에 의해 단순함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해 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책의 주제를 디자인을 위한 단순함의 법칙으로 한정하고 인생이나 일과 같은 분야로 확장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하튼 그가 이야기하는 단순함의 법칙을 살펴보기로 하자.

 

Law 1 축소

단순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깊이 생각해 보고 없애버리는 것이며 전체 시스템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기능을 제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단순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압축하고(SHRINK), 숨기고(HIDE), 구체화하는(EMBODY)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의 첫 글자만 따서 SHE라는 이름까지 명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한 형태의 압축하고, 제품 안에서의 잘 안쓰는 기능들을 메뉴바나 제품 속으로 숨기고, 크기를 축소하고 기능을 숨겨서 그 가치가 떨어져 보일 수 있는것을 보완하는 것이 단순화라는 것이다.

 

한마로 이야기하면 단순화란 압축이고 축소라는 것이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말은 법칙이 아니라, 정의에 해당한다.

 

Law 2 조직

엄청난 잡동사니를 줄이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첫 번째 법칙인 ‘축소’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복잡한 사태를 좀 더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물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또 다시 이러한 조직화 방법으로 분류하고(SORT), 이름을 정하고(LABEL), 통합해서(INTEGRATE) 우선순위를 정하는(PRIORITIZE) 과정을 거져야 된다며 이 역시 SLIP이라는 약자를 만들어 낸다.

 

즉 여러가지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해도 각자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고, 분류된 몇개의 그룹에 이름을 정한 후 또다시 비슷한 것끼리 통합해 나가면서 점점 단순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분석과 논리적 사고에서 수없이 이미 해왔던 이야기다.

 

Law 3 시간

마에다 교수는 제일의 법칙으로 공간적 축소를 이야기하고 제삼의 법칙으로 시간적 축소를 법칙으로 만들어 낸다.

 

당연히 시간이 절약되면 단순하다고 느낀다. 시간 절약은 다른 혜택으로 이어진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면 뭔가 다른 일을 할 때 쓸 수 있게 된다. 마에다는 우리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를 거론한다. 그리고 실제 걸리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니면 짧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간을 절약하니까 단순화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시킴으로써 시간이 절약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된다. 그 자신이 「단순함의 법칙, The Laws of Simplicity」에 기록한 내용을 들여다 보자.

 

모든 것이 점점 더 복잡하게 분화되어 가고, ‘새롭게 개선되었다.’는 설명 하에 더 많은 기능들이 추가된 상품들이 끊임없이 출시되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되었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 2006년 몬터레이에서 열린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컴퍼런스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이제는 단순한 제품들이 더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행의 대표적인 예로, 다른 MP3 플레이어보다 더 적은 기능을 가졌음에도, 더 비싼 값에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애플 아이팟(iPod)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글(Google)의 검색 인터페이스가 있다. ‘구글링(Googling)’이라는 단어는 ‘웹을 검색하다.’라는 의미와 동격으로 쓰일 정도로 구글의 검색 엔진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삶을 좀 더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디자인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런 디자인을 사랑한다. 가볍고 얇은 성질을 강조한 디자인의 경우 처음에는 작고,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는 상품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마련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드러날 때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상품들은 고객들이 필요한 기능을 찾느라 쓸데없이 낭비하게 되는 시간을 절약시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제품 자체의 특성인 ‘단순함’ 덕분이다.

‘단순함’은 시간을 절약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충성심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가령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화’와 관련된 중요 전략 중에 하나다. 5분 걸리는 일을 어떻게 하면 1분 안에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발전한 분야가 운영 관리 기법이며, 덕분에 잠들지 않고 언제나 제시간에 맞춰 돌아가는 세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

 

도요타는 2006년 들어 뛰어난 운영 관리 기법 덕분에 GM을 이길 수 있었다. 선반에 쌓인 상품을 단숨에 구분해 낼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인 무선 주파수 인식(RFID) 기술을 도입하려는 것도 재고 조사에 들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다.

 

기업들이 작업 과정을 최적화하고 시간을 절약하고자 하는 까닭은 바로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간을 줄이고 지름길을 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개인들 역시 비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순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 절약은 다른 혜택으로 이어진다. 쓸데없는데 낭비하는시간을 줄이면, 그 시간을 뭔가 다른 일을 할 때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효율적이면서도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디에 신경을 더 쓰고, 어디에 신경을 덜 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단순화의 문제는 ‘우리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선택의 문제와도 관계가 깊다. 퇴근 시간을 10분 앞당기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10분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절약한 시간은 사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보상인 것이다.

 

그렇다. 시간적 공간적 축소를 우리는 단순화라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의 절약은 단순화로부터 얻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복잡한 기술과 업무가 가정과 일터로 나올수록 ‘단순화’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게 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정말 필요한 것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Law 4 학습

알아야 모든 것이 더 간단해지는 법이다. 모르고 있는 것은 복잡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현상을 분석하고 그를 이해하기 위한 학습을 진행한다.

 

마에다는 그 방법으로 BRAIN 법칙을 제시한다.

 

BRAIN = 기본에 충실한다(Basic are the beginning). 충분히 반복한다(Repeat yourself often). 초조해 하지 않는다(Avoid creating desperation). 실례를 많이 활용한다(Inspire with examples). 반복하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Never forget to repeat yourself).

 

이런 것을 우리가 법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에다는 법칙 4, 5, 6을 중급 수준의 법칙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복잡함을 이해하여 단순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학습이란 단순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Law 5 차이

여기서 차이란 인간 감각의 차이를 의미하고 있다. 인간의 감각은 ‘차이’가 있는 것에 잘 반응할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 복잡한 것이 많을수록 단순한 제품이 눈에 띄게 되어 있다.

 

이 법칙은 단순함의 법칙이 아니라 단순화를 해야하는 이유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같다.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내세우는 것이 차별화라는 전략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에다는 여기서 ‘차이’의 핵심적인 개념은 복잡함과 단순함의 반복과 리듬, 조화에 그 열쇠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단순화라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잃어버리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늘 그 속에서 균형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한 동안 복잡함을 모색하다가도 다시 단순화를 찾게 된다. 그러다 다시 그 단순화에 익숙하면 몇 가지 복잡함을 더해도 복잡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우리가 마우스와 아이콘에 익숙해 지기까지는 모두 복잡해 보였다. 그러나 그 정도 쯤이야 이제 단순해 보인다. 기능을 첨가하기 위해 한두개의 복잡함이 더해진다고 해도 이제는 참을 만 할 것이다.

 

마에다가 이야기하는 법칙 6부터는 그의 말처럼 고급의 개념이기 때문인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복잡함은 길을 잃은 것을, 단순함은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에 해당한다.”

 

나만 길을 잃은 것일까? 그래서 나는 복잡하다.

 

물론 마에다 스스로 법칙 7, 8, 9는 스스로도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Law 6 문맥, Law 7 감성, Law 8 신뢰, Law 9 실패 등은 그냥 실패한 법칙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완성되지 않은 것을 법칙으로 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길을 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마에다가 제시하는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한 법칙은 '축소, 조직, 시간, 학습, 차이, 문맥, 감정, 신뢰, 실패, 하나' 10가지이다. 단순함과 연관지을 수 있는 법칙은 앞의 4개의 법칙정도다. 다섯번째 법칙부터는 단순함이라는 주제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모호해지고 말았다.

 

차라리 ‘Law 10 하나에 기록된 다음의 말은 그나마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단순함은 극히 미묘하고, 또 그것을 규정하는 특징이라는 것들도 지극히 함축적이다. 단순함은 명확한 것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것을 더하는 것이다.

 

마에다는 그의 책 전반에는 이미 잘 알려진 명확한 것을 제거하지 않았다. 반면 후반에는 명확한 것들을 제거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의미있는 것을 더했어야 한다.

 

결국 마에다는 스스로 법칙을 제시하고 그것을 지키는 데는 그렇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마에다는 세번째 법칙 '시간'을 따르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해결하지 못한 결점이 있음에도 이렇게 책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조차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섣불리 출간하는 것은 어쩐지 우리가 희생양이 된 기분이다.

 

좀더 이론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가 되었을 때 그때 책을 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단순함과 단순화에 대한 화두를 던져보고 의문을 함께 의논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으리라.

 

독서란 나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값과 시간에 대한 보상을 찾아야 겠다. 그리고 마에다가 단순함과 단순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진화하여 좀 더 단순화된 단순함의 법칙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단순함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