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집 전화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 조사한다고 울리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비등하였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면서 과연 국회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당장 시급한 국립대 기성회비문제를 해결할 '국립대학 재정회계법'과 천안함 폭침 때 국토수호를 위해 발의한 '국방개혁법' 등 미처리된 법안들이 18대 국회에서 약 6500건에 이른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밉다 밉다 하니까 이번 국회 마지막에는 국회의장과 관련된 비리까지 터져 나와 임기 중 비리로 국회의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국회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이나 야당을 막론하고 가장 비율이 높은 부분이 지지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들끼리는 수시로 당명을 바꾸어가면서 국민을 유혹하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출마 인물들에 대한 지지 여론 조사도 마찬가지다. 가장 비율이 높은 부분이 국회의원 출마자 중 지지하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출마자들 중에서 민의를 대변할만한 자질이 있는 인물이 없는데 투표는 해야 한다. 유권자들로서는 곤욕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선거일에 기권하는 사람 대부분이 찍을 후보가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품질이 좋지 않아서 사고 싶은 물건이 없는데 물건을 사야만 하는 곤욕스런 상황에 처한 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세계적으로 인구대비 가장 많다. 이번에 국회의원 세비를 깎기로 한 이웃 일본은 26만 명당 한 명이고 미국은 70만 명당 1인이다. 우리나라는 16만 명당 1명이다. 국회의원 수가 많으면 확률적으로도 자질없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물이 없어서 기권을 하는 판인데 자질이 되지도 않는 인물들을 잔뜩 출마시켜 놓고 투표하라고 하니 난감할 뿐만 아니라 자질 없는 누구 한 사람을 당선시켜도 국회에서 하는 역할들이 형편없다 보니 국회가 항상 욕을 먹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여서 그래도 좀 더 자질 있는 사람들을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이다.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면 그나마 많이 뽑을 때보다 자질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상당부분 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을 보면 어마어마하다. 국회의원의 한 해 세비는 1억 2439만 7420원이다. 억대 연봉자다.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씩 받는다. 여기에는 가족수당, 자녀 학비 보조수당은 별도이다. 국회의원들은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각 1명 그리고 인턴 2명을 채용한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총 9명의 직원이 붙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여기에 들어가는 1년 동안의 돈이 5억 원 이상이다.

그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한 번 하고 65세가 넘으면 평생 매월 120만 원의 연금도 탄다. 선거 때 국고에서 투입되는 선거비용은 약 3000억 원이다. 여기서는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 다루었지만 국회의원이란 직위에 따른 특권까지 여기에 보태면 그 권한은 막강하다. 일도 안 하면서 의원 수가 많다면 그 수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원칙은 사기업에서는 철두철미하게 지켜진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지역구 조정기준으로 인구 최대선거구와 최소선거구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국회에는 쇠귀에 경 읽기이다. 현재 국회의원 수를 줄일 권한은 국회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지금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에 대한 뜨거운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여기에 참여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지 모르겠다.